13강. 실리콘 위에 레이저를 만들 수 있을까? III-V 반도체와 실리콘의 결합
실리콘 위에 레이저를 만들 수 있을까?
12강에서는 나노레이저가 무엇인지, 작은 공간에서 빛을 어떻게 가두고 증폭하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이렇게 작은 레이저를 실제 반도체 칩 위에 직접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최근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실리콘은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입니다. 트랜지스터를 만들기 쉽고 CMOS 제조공정과 잘 호환되며, 대형 웨이퍼를 이용한 대량생산에도 적합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빛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광원으로는 실리콘이 적합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실리콘과 빛을 잘 만들어내는 III-V 화합물 반도체를 결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앞으로 실리콘 포토닉스뿐만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광인터커넥트, 광컴퓨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1. 왜 실리콘만으로 레이저를 만들기 어려울까?
레이저는 단순히 빛을 내는 장치가 아닙니다.
특정 파장의 빛을 만들어내고, 그 빛을 공진기 안에 가둔 뒤 증폭시켜 강한 광신호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반도체의 밴드 구조입니다.
반도체에서 전자와 정공이 재결합하면 에너지가 방출될 수 있습니다. 이 에너지가 빛으로 효율적으로 방출되면 광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리콘은 간접 밴드갭(indirect bandgap) 반도체입니다.
실리콘에서 전자가 에너지 상태를 바꾸면서 빛을 방출하기 위해서는 전자와 정공의 운동량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격자의 진동인 포논이 관여하기 때문에 빛을 효율적으로 발생시키는 데 불리합니다.
반면 GaAs, InP, InGaAs와 같은 III-V족 화합물 반도체는 직접 밴드갭 특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빛을 발생시키는 레이저의 활성층을 만드는 데 유리합니다.
쉽게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실리콘 → 전자회로와 광도파로에 강함
III-V 반도체 → 빛을 만드는 광원에 강함
그래서 두 재료의 장점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한 연구 방향이 되고 있습니다.
2. III-V 반도체란 무엇인가?
III-V 반도체는 주기율표의 III족 원소와 V족 원소를 결합해서 만든 화합물 반도체입니다.
대표적인 재료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GaAs(갈륨비소)
- InP(인화인듐)
- InGaAs(인듐갈륨비소)
- AlGaAs(알루미늄갈륨비소)
이러한 물질은 광전자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GaAs 계열은 다양한 반도체 레이저와 광전자 소자에 사용되어 왔으며, InP 계열은 광통신에서 중요한 파장대의 광원과 관련해 널리 연구되어 왔습니다.
III-V 반도체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빛을 효율적으로 발생시키고 증폭할 수 있는 활성층을 만들기 쉽다는 것입니다.
레이저 내부에는 빛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영역이 필요합니다.
이를 광이득 영역(gain region)이라고 합니다.
III-V 반도체는 이러한 광이득 영역을 구현하기에 적합합니다.
따라서 실리콘 포토닉스에서는 실리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실리콘의 전자·광학 플랫폼 + III-V의 광원
이라는 조합이 중요한 전략이 됩니다.
3. 실리콘과 III-V 반도체를 어떻게 결합할까?
그렇다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반도체를 어떻게 하나의 칩에 넣을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집적
먼저 각각의 재료로 광원과 실리콘 포토닉스 칩을 만든 다음 서로 결합하는 방식입니다.
각 재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별도의 결합 과정과 정렬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조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웨이퍼 본딩
두 번째 방법은 웨이퍼 본딩(wafer bonding)입니다.
III-V 웨이퍼와 실리콘 웨이퍼를 정밀하게 접합한 다음 필요한 광소자를 형성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은 여러 소자를 한꺼번에 집적할 가능성이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접합면의 품질과 제조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직접 에피택셜 성장
세 번째 방법은 실리콘 위에 III-V 물질을 직접 성장시키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실리콘 웨이퍼 위에서 광원까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높은 수준의 집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실리콘과 III-V 반도체는 결정 구조와 격자상수, 열팽창 특성이 서로 다릅니다.
따라서 두 재료를 바로 성장시키면 결정 결함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 중 하나가 나노리지 엔지니어링(nano-ridge engineering)입니다.
4. 나노리지 기술은 무엇일까?
나노리지(nano-ridge)는 말 그대로 매우 작은 능선 형태의 반도체 구조를 의미합니다.
III-V 물질을 실리콘 웨이퍼 전체에 무작정 성장시키는 대신, 실리콘에 미세한 트렌치 구조를 만들고 그 안에서 III-V 물질을 선택적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이용하면 III-V 물질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정 결함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 이 기술이 특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5년 Natur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300mm 실리콘 웨이퍼의 CMOS 파일럿 제조라인에서 GaAs 나노리지 레이저 다이오드를 제작했습니다. 연구팀은 웨이퍼 단위로 300개 이상의 소자에서 실온 연속파 레이저 발진을 확인했으며, 최저 문턱전류는 약 5mA, 출력은 1mW 이상으로 보고했습니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레이저 하나를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실리콘 반도체 제조공정과 III-V 광원을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웨이퍼 규모에서 보여줬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5. 300mm 실리콘 웨이퍼 위에서 레이저를 만든다는 의미
반도체 산업에서는 웨이퍼 크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하나의 작은 칩에서 소자를 만드는 것과 대형 웨이퍼에서 수백 개, 수천 개의 소자를 동시에 제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2025년 Nature 연구에서는 300mm 실리콘 웨이퍼에서 GaAs 나노리지 레이저를 제조하고, 웨이퍼 전체에서 300개 이상의 소자를 측정했습니다. 약 1,020nm 파장에서 실온 연속파 발진을 확인했고, 최저 문턱전류는 5mA, 출력은 1mW 이상으로 보고됐습니다.
또한 2026년 Light: Science & Applications에는 300mm 실리콘 웨이퍼 위에 InGaAs/GaAs 나노리지 배열을 성장시키고 광결정 구조를 이용한 표면방출 레이저를 구현한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연구진은 나노리지 배열 자체를 광학 공진 구조로 활용해 수직 방향으로 빛을 방출하는 구조를 실험적으로 구현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실리콘 포토닉스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미래에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레이저 + 광도파로 + 변조기 + 광검출기 + 전자회로
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통합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6. 실리콘 위 레이저가 AI 반도체와 연결되는 이유
그렇다면 레이저가 AI 반도체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AI 모델이 커질수록 GPU와 메모리, GPU와 GPU, 서버와 서버 사이에서 이동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도 증가합니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단순히 연산 성능만 높이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느냐도 매우 중요합니다.
전기 신호를 이용해 데이터를 이동시키면 배선 길이가 길어질수록 손실과 전력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빛을 이용한 광인터커넥트(optical interconnect)가 중요한 기술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레이저가 필요합니다.
레이저가 데이터를 전달할 빛을 만들고,
실리콘 포토닉스가 빛을 이동시키며,
광변조기가 빛에 데이터를 실어주고,
광검출기가 다시 광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합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III-V 레이저
↓
실리콘 포토닉스
↓
광변조
↓
실리콘 광도파로
↓
광검출기
↓
광인터커넥트
↓
AI 데이터센터
2026년 Nature Reviews Electrical Engineering 리뷰에서도 AI·머신러닝·고성능 컴퓨팅의 증가하는 I/O 요구가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의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리뷰는 온칩 레이저, 광변조기, 고속 광검출기, 저손실 광도파로, 칩-광섬유 결합 기술 등을 주요 구성 요소로 제시합니다.
7.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실리콘 위에서 레이저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반도체 칩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습니다.
첫 번째는 결정 결함입니다.
실리콘과 III-V 반도체는 결정 구조와 격자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성장 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함은 레이저의 광학적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제조 수율입니다.
실험실에서 하나의 고성능 레이저를 만드는 것과 실제 반도체 공장에서 수천 개 또는 수만 개의 소자를 균일하게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따라서 웨이퍼 전체에서 성능 편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열 관리입니다.
레이저와 전자회로가 가까워지면 열이 발생합니다.
온도가 변하면 레이저의 파장과 출력 특성도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패키징입니다.
레이저에서 나온 빛을 실리콘 광도파로와 광섬유로 효율적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동시에 전기 신호와 열까지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패키징 기술 역시 중요합니다.
실제로 최신 실리콘 포토닉스 리뷰에서도 열 설계와 제조 수율을 중요한 향후 과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8. 실리콘 포토닉스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실리콘 포토닉스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광도파로 하나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빛을 만들고,
빛을 이동시키고,
빛에 데이터를 실어 보내고,
빛을 검출하고,
이를 전자회로와 연결해야 합니다.
결국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다음 기술들이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레이저
광변조기
광도파로
광검출기
전자회로
패키징
이러한 기술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려는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5년 Nature Reviews Electrical Engineering에 게재된 리뷰는 하이브리드 집적, 이종 웨이퍼 본딩, 마이크로 트랜스퍼 프린팅, 직접 에피택셜 성장 등 여러 통합 방법을 비교하며 CMOS와 실리콘 포토닉스의 결합이 AI·컴퓨팅·센싱·양자기술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설명합니다.
특히 2026년 연구에서는 300mm 실리콘 웨이퍼 위에 InGaAs/GaAs 나노리지 배열을 성장시키고 광결정 기반 표면방출 레이저를 구현하면서 실리콘 기반 광원 집적의 가능성을 더욱 넓혔습니다.
9. 12강의 나노레이저와 13강은 어떻게 연결될까?
12강에서는 나노레이저 자체의 원리와 특징을 살펴봤습니다.
13강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나노레이저와 같은 초소형 광원을 실제 반도체 플랫폼 안에 집적하려면 실리콘과 광원 재료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기술의 흐름은 다음과 같이 연결됩니다.
반도체
→ 나노기술
→ 나노레이저
→ III-V/실리콘 이종집적
→ 실리콘 포토닉스
→ 광인터커넥트
→ 광컴퓨팅
→ AI 반도체
이 흐름에서 13강은 나노레이저와 실리콘 포토닉스를 연결하는 중요한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실리콘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온 핵심 재료입니다.
하지만 AI와 고성능 컴퓨팅이 발전하면서 반도체의 문제는 단순히 트랜지스터를 얼마나 작게 만들 수 있는가에서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칩과 칩 사이에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적은 에너지로 이동시킬 수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빛을 이용한 데이터 전송과 연산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빛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광원이 필요합니다.
III-V 반도체와 실리콘의 결합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입니다.
특히 300mm 실리콘 웨이퍼에서 III-V 나노리지 레이저를 구현한 최근 연구는 이러한 방향이 단순한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반도체 제조 플랫폼에서 연구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실리콘 포토닉스, 나노레이저, 광인터커넥트, 광컴퓨팅이 서로 결합한다면 AI 데이터센터의 데이터 이동 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 14강에서는 이러한 광통신 기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VCSEL(수직 공진 표면 방출 레이저)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AI 데이터센터가 VCSEL에 주목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핵심 키워드
실리콘 포토닉스, III-V 반도체, 실리콘 레이저, 나노리지 레이저, GaAs, InP, InGaAs, 이종 집적, 웨이퍼 본딩, 에피택셜 성장, 300mm 웨이퍼, 광인터커넥트, AI 데이터센터, 광반도체, 나노레이저, 광통신, AI 반도체
참고문헌
- De Koninck, Y. et al., “GaAs nano-ridge laser diodes fully fabricated in a 300-mm CMOS pilot line,” Nature 637, 63–69 (2025). DOI: 10.1038/s41586-024-08364-2.
- Fahmy, E. M. B. et al., “One-dimensional photonic crystal nano-ridge surface emitting lasers epitaxially grown on a standard 300 mm silicon wafer,” Light: Science & Applications 15, 120 (2026). DOI: 10.1038/s41377-025-02061-z.
- Wan, Y. et al., “Integrating silicon photonics with complementary metal–oxide–semiconductor technologies,” Nature Reviews Electrical Engineering 3, 15–31 (2026). DOI: 10.1038/s44287-025-00223-0.
- Wu, L., “CMOS compatible III–V nano-ridge lasers,” Nature Reviews Electrical Engineering 2, 8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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